물리치료사의 물리적 교습! cover

3화 — 틀어진 혼의 공통점(1)

/physical-lesson · post #13
목록 ❤️ 0
avatar
작성자: atz 2026-02-02 00:50 · 👀 4
PHASE 1 — 이상한 기록 치료실 불은 끝내 켜지지 않았다. 박도현은 일부러 어둠을 그대로 두었다. 책상 위에 놓인 노란 파일 네 개. 빛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눈에 띄었다. 색 때문이 아니었다. 무게가 달랐다. 파일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 종이가 사각거리며 울렸다. 평범한 진료 기록지.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도현의 시선은 그런 정보 위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가 보는 건 늘 같았다. 자세. 호흡. 수면. “야간 근무 잦음.” “장시간 고정 자세.” “자주 깨지만 이유는 모름.” 펜 끝이 멈춘 곳은 늘 같았다. 경추 5번과 6번 사이. 흉추 1번. 사람들이 “목이 뻐근하다”는 말로 넘기는 지점. 하지만 도현에게는 늘 시작점이었다. 파일 맨 아래, 의무기록에는 없는 메모들이 있었다. ‘촉진 시 반사 지연.’ ‘통증보다 공포 반응이 먼저 나타남.’ ‘교정 후 호흡 회복. 시선 불안정.’ 도현은 마지막 파일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조용히 내려놓았다. “통증 기록이 아니군.” 이건 버텨온 기록이었다. 창밖을 보니 도시는 여전히 멀쩡했다. 불이 켜진 창들, 움직이는 사람들. 겉으론 아무 문제 없어 보였다. 도현은 안다. 사람의 몸은 멀쩡해 보일 때 가장 많이 무너진다는 걸. 그는 노트를 꺼내 새 페이지를 폈다. 최근 교습 대상들의 공통점 그 아래엔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이미 몸이 먼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HASE 2 — 몸이 먼저 반응한다 마지막 예약은 밤 8시 40분이었다. 하루의 피로가 완전히 몸에 눌러붙는 시각. 환자는 서른 중반의 남자였다. 회사원 특유의 구부정한 자세. 겉보기엔 평범했다. “어깨 많이 뭉치셨네요.” 도현이 견갑골 안쪽을 짚는 순간, 손끝이 미세하게 튕겼다. 근육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진 느낌. “숨, 크게 들이마셔보세요.” 환자는 들이마시려 했다. 하지만 가슴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만 올라갔다. 숨이 중간에서 끊겼다. 다시 시도했지만 이번엔 아예 들이마시지 못했다. 도현은 압을 주지 않았다. 그저 손을 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심박이 먼저 빨라졌다. “답답하신가요?” “네… 근데 왜인지 모르겠어요.” 그 말이 도현의 귀에 걸렸다. 손을 경추 쪽으로 옮긴 순간, 환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통증은 없었다. 대신 공포 반응이 먼저 왔다. 도현은 즉시 손을 뗐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아직… 별로 한 것도—” “몸이 준비가 안 됐어요.” 그 말은 환자에게 한 게 아니었다. 환자가 나간 뒤, 치료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손끝이 차가운 금속을 만졌다가 놓은 뒤처럼 따끔거렸다. 도현은 손을 씻었다. 비누를 두 번이나 썼다. 그래도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이건… 사람 안에 있는 게 아니다.” 그는 노트에 짧게 적었다. ‘촉진 전, 몸이 먼저 긴장함.’ 오늘 밤, 누군가는 교습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가벼운 상대가 아니다. ⸻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
로그인
댓글
0개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