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첫 번째 교습 대상
/physical-lesson
· post #12
작성자:
atz
2026-02-02 00:24
· 👀 4
환자의 이름은 이준호였다.
대기업 계열사 과장.
야근이 일상이고, 술은 거의 매일.
아내와는 대화가 없어진 지 오래.
박도현은 차트에 적힌 그의 생활 패턴을 떠올렸다.
목 전방 편위
흉곽 굳음
호흡 얕음
수면 중 각성 잦음
그리고 그 밑,
의학 교과서에는 절대 실리지 않는 문장 하나.
영적 부하, 경추–흉추 접합부 집중
“역시 거기네.”
⸻
이준호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회사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몸이 아니라
뭔가가 방향을 틀고 있었다.
골목 안쪽,
불 꺼진 헬스장 앞에서
그는 멈췄다.
“여긴… 왜…”
그 순간
목이 뚝 하고 꺾였다.
사람의 목이 낼 수 있는 각도가 아니었다.
어깨 위에 얹힌 얼굴이
아래를 향해 웃었다.
“오늘도 버텼네.”
목소리는
이준호의 것이 아니었다.
“잘했어.
내일도 그렇게만 해.”
⸻
“그 말,
너가 할 대사는 아니다.”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호—아니,
그의 몸을 빌린 무언가는
천천히 뒤돌아봤다.
흰 가운.
검은 선글라스.
손에는 노란 파일 차트.
“물리치료사?”
“맞다.”
박도현은 가볍게 어깨를 풀며 말했다.
“그리고 오늘 밤,
네 담당 교관이다.”
⸻
놈은 웃었다.
“우린 영적인 존재야.
물리적인 건—”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도현의 손이 움직였다.
턱 아래, 설골 위.
인체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
“영혼이 몸에 붙어 있는 이상,
신경을 타고 반응한다.”
도현의 손끝이 파고들자
놈의 웃음이 찢어졌다.
“끄아아—!”
이준호의 몸이 경련했다.
하지만 도현은 멈추지 않았다.
“틀어진 건,
아프게 돌아간다.”
그는 정확히,
경추 5번과 6번 사이를 눌렀다.
뚝.
공기가 바뀌었다.
놈의 형체가
어깨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보이지 않지만
도현은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은 짧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다시는
남의 몸을 ‘생활습관’으로 삼지 마라.”
⸻
잠시 후.
이준호는 골목 바닥에 앉아 있었다.
목은 정상 각도로 돌아와 있었고,
숨은 깊어졌다.
“왜… 눈물이 나지…”
도현은 이미 등을 돌린 상태였다.
“내일은
어깨 안 뭉칠 겁니다.”
그는 가운 주머니에 차트를 넣었다.
교습 완료 – 초기 단계
“다음은…”
도현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좀 더 굳은 놈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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